아마추어 팀에 맞는 포메이션 고르기
포메이션 이야기는 아마추어 팀에서 가장 재미있게 하는 대화이면서, 동시에 가장 쓸모없게 끝나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주중에 전술 영상을 보고 와서 「우리도 이렇게 해 보자」고 꺼냈다가 주말에 그대로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팀은 11대11로 경기하고 4-2-3-1 을 씁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익숙해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익숙해서」가 생각보다 중요한 이유라는 것을 다른 전형을 시도해 보고 나서 알았습니다.
쓰리백을 썼다가 뒷공간에 계속 당했다
쓰리백을 써 본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쓰리백은 양쪽 측면 미드필더가 공격과 수비를 모두 책임지는 전형입니다. 올라가서 공격에 가담하고, 공을 뺏기면 바로 내려와 수비 뒷공간을 메워야 합니다. 프로 경기에서 그 자리가 쉬워 보이는 이유는 그 선수들이 90분 내내 그걸 해내기 때문입니다.
아마추어 경기에서는 그게 안 됩니다. 올라간 선수가 제때 돌아오지 못하고, 그 빈 공간으로 넘어오는 패스 한 번에 실점합니다. 몇 번 당하고 나면 측면 선수가 아예 올라가지 않게 되고, 그러면 쓰리백을 쓸 이유 자체가 없어집니다.
여기서 배운 것은 전형의 우열이 아닙니다. 프로 전형은 그 전형이 요구하는 활동량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고, 그 전제가 안 맞으면 전형이 통째로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포메이션을 고를 때는 그림보다 그 그림이 요구하는 체력을 먼저 봐야 합니다.
제일 먼저 무너지는 자리는 센터백이다
아마추어 경기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자리는 센터백이라고 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센터백은 실수가 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필드 포지션입니다. 공격수가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오지만, 센터백이 한 번 놓치면 점수판이 바뀝니다. 그리고 그 부담 때문에 한 번 실수한 선수는 다음 상황에서 더 소극적이 되고, 소극적인 수비는 또 뚫립니다.
그래서 전형을 짤 때 센터백 자리를 가장 먼저 채우고 나머지를 맞추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공격진을 먼저 그려 놓고 수비를 남는 사람으로 채우면, 그 경기는 대개 전반에 결정됩니다.
전형에 사람을 맞춘다
사람에 전형을 맞출지, 전형에 사람을 맞출지를 묻는다면 우리는 전형에 사람을 맞추는 쪽입니다.
사람에 전형을 맞추면 매주 전형이 바뀝니다. 그러면 아무도 자기 역할을 익히지 못합니다. 아마추어 팀은 같은 인원이 매주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형까지 흔들리면 기준점이 사라집니다. 전형을 고정해 두면 누가 빠져도 「그 자리에 누가 들어가는가」만 정하면 됩니다.
대신 전제가 하나 필요합니다. 고른 전형이 우리 팀의 활동량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쓰리백은 접었고 4-2-3-1 로 돌아왔습니다. 익숙하다는 것은 곧 그 전형이 요구하는 움직임을 선수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체력이 변수가 되는 시점은 3쿼터다
우리는 25분씩 4쿼터로 경기합니다. 한 사람당 3쿼터까지만 뛰도록 교체를 염두에 두고 짭니다.
체력이 변수가 되는 지점은 3쿼터 시작할 때입니다. 1쿼터와 2쿼터는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가는데, 3쿼터에 들어가면서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이때 교체 없이 그대로 가면 수비 간격이 벌어지고, 위에서 말한 센터백 문제가 같이 터집니다.
쿼터제를 쓰는 팀이라면 3쿼터 시작 전에 교체 계획을 이미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경기를 보면서 「이제 바꿔야겠다」고 판단하면 이미 한 박자 늦습니다. 한 사람당 3쿼터라는 상한을 미리 정해 두면 그 판단을 매번 새로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포지션 변경은 설명보다 그냥 해 보는 쪽이 빠르다
포지션을 바꾸자고 했을 때 선수가 싫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길게 설득하지 않고 그냥 진행합니다.
설득이 어려운 이유는 본인도 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기 때문입니다. 말로 「너는 저기가 맞다」고 해 봐야 와닿지 않고, 한 쿼터 뛰어 보고 나면 본인이 먼저 압니다. 맞으면 계속 가고, 안 맞으면 다음 쿼터에 되돌리면 됩니다. 쿼터제는 이런 시도를 싸게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쓸모가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지키는 편이 좋습니다. 바꾼 뒤에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그 선수 탓으로 돌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부터 아무도 새 자리를 맡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마추어는 이것만 지키면 된다
전술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이것입니다.
위험지역에서는 공을 걷어낸다.
아마추어 경기의 실점 상당수는 상대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 진영에서 공을 돌리려다 뺏겨서 나옵니다. 뒤에서 빌드업을 시도하는 장면은 보기에 좋지만, 그 과정에서 한 번 삐끗하면 곧장 실점입니다. 프로 팀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고, 성공률이 낮으면 같은 선택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위험지역에서 걷어내는 것은 소극적인 플레이가 아니라 확률을 아는 선택입니다.
정리하면
- 프로 전형을 그대로 가져오면 그 전형이 요구하는 활동량에서 무너집니다. 쓰리백은 측면 미드필더의 왕복을 전제로 합니다.
- 아마추어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자리는 센터백입니다. 전형을 짤 때 거기부터 채우십시오.
- 전형은 고정하고 사람을 맞추는 편이 낫습니다. 매주 인원이 바뀌는데 전형까지 흔들리면 기준점이 사라집니다.
- 쿼터제라면 3쿼터 시작 전에 교체 계획이 이미 있어야 합니다.
- 포지션 변경은 길게 설득하기보다 한 쿼터 뛰어 보게 하는 편이 빠릅니다.
- 그리고 위험지역에서는 걷어내십시오.
전형을 바꾸면 경기가 달라질 것 같지만, 실제로 경기를 바꾸는 것은 그림이 아니라 그 그림을 90분 동안 유지할 수 있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