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팀 나누기, 실력으로만 나누면 재미가 없어진다

Overall 운영팀

주말 내전에서 10대 0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점수가 벌어지고 나서는 양쪽 모두 뛰지 않았습니다. 지는 쪽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이기는 쪽은 미안해서 살살 찼습니다. 두 시간짜리 구장을 빌렸는데 경기라고 부를 만한 시간은 채 20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날 팀을 나눈 사람은 아무것도 대충 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실력을 하나하나 따져서 양쪽 합계를 거의 맞춰 놓았습니다. 그런데도 경기가 망가졌습니다. 팀을 나누는 일에서 실력 점수를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작은 부분이라는 것을 그날 알았습니다.

실력 평가는 자주 빗나간다

우리는 감독이 선수들의 실력을 직접 보고 평가한 뒤에 지명과 드래프트로 팀을 짭니다. 경기를 오래 같이 뛰었으니 누가 어느 정도인지 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 평가가 꽤 자주 틀립니다. 낮게 봤던 선수가 실제 경기에서는 훨씬 잘하는 경우가 꾸준히 나옵니다. 연습 때 조용하던 사람이 실전에서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고, 포지션을 바꾸자마자 살아나기도 합니다. 10대 0이 나온 그날도 원인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한쪽에 몰아 둔 "평범한" 선수 몇 명이 알고 보니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가를 더 정확하게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매주 바뀌는 인원으로 굴러가는 아마추어 팀에서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현실적인 목표는 따로 있습니다. 평가가 빗나가도 경기가 망가지지 않게 나누는 것입니다.

실력 다음에 보는 것 세 가지

우리는 실력 외에 세 가지를 보고, 순서를 정해 두었습니다.

  1. 친한 사이
  2. 포지션
  3. 체력

친한 사이를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의외라고들 하는데, 효과가 가장 확실합니다. 친한 사람끼리 같은 팀에 있으면 패스가 나옵니다. 말을 겁니다. 실수가 나와도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습니다. 실력 점수로는 전혀 잡히지 않는 요소인데 경기 내용에는 크게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서로 말을 섞지 않는 조합을 한 팀에 몰아 두면, 개인 기량의 합이 아무리 높아도 공이 돌지 않습니다.

포지션은 합계 점수를 맞출 때 가장 쉽게 놓치는 부분입니다.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만 다섯 명 모인 팀은 점수를 내지 못합니다. 서로 같은 자리에 서고, 뒤가 비고, 결국 한 명이 수비로 내려가면서 하고 싶지 않은 역할을 떠안습니다.

체력은 후반에 드러납니다. 전반까지는 팽팽하다가 한쪽이 급격히 무너지는 경기는 대개 체력 배분이 한쪽으로 쏠린 경우입니다. 오래 뛰는 사람을 한 팀에 몰지 않는 것만으로도 경기 후반이 달라집니다.

골키퍼는 기준을 따로 둔다

골키퍼는 가장 어려운 자리입니다.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없으면 경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포지션과 섞어서 정하지 않고 기준을 따로 두었습니다.

  1. 팔을 다친 이력이 없는 사람
  2. 나이가 어린 사람
  3. 쿼터를 많이 뛰는 사람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팔을 다쳐 본 사람은 공이 올 때 본능적으로 몸을 사리게 되고, 어정쩡한 자세로 막다가 더 크게 다칩니다. 이것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라서 다른 조건보다 앞에 둡니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그다음에 보는 이유는 반응이 빠르고 회복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골키퍼는 한 경기에 몇 번 안 되는 순간에 몸을 던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세 번째 기준은 조금 설명이 필요합니다. 골키퍼를 한 쿼터 맡은 사람은 나머지 쿼터에 필드로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골키퍼를 봤으니 오늘은 여기까지"가 되지 않습니다. 평소에 쿼터를 많이 소화하는 선수에게 맡기면 본인도 덜 억울하고, 팀도 한 명을 잃지 않습니다.

나누고 나서가 더 중요하다

팀을 나누는 일은 경기가 시작되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경기 중에 두 가지 신호를 봅니다.

하나는 점수 차입니다. 다만 점수보다 먼저 오는 신호가 따로 있습니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뛰지 않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점수가 3대 0만 되어도 공을 쫓지 않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때 손을 대지 않으면 결국 10대 0으로 갑니다. 점수판을 보기 전에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편이 빠릅니다.

바꿀 때는 잘하는 선수와 평균적인 실력의 선수를 서로 맞바꿉니다. 한 명만 옮겨도 경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명을 한꺼번에 옮기면 양쪽 다 호흡이 흐트러져서 오히려 경기가 더 끊깁니다.

팀 배분에 불만이 나왔을 때도 같은 방법을 씁니다. "밸런스가 안 맞는다"는 말이 나오면 설득하기보다 한 명을 맞교환하는 쪽이 빠릅니다. 설명으로는 납득시키기 어렵고, 바꾸고 나서 경기가 팽팽해지면 말이 들어갑니다.

인원이 애매할 때

13명이나 17명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이때는 잘하는 선수들로 한 팀을 만들고, 그 팀의 인원을 한 명 적게 둡니다. 숫자로는 불공평해 보이지만 실제로 뛰어 보면 이쪽이 가장 팽팽합니다. 사람이 적은 팀은 더 많이 뛰어야 하므로 기량 차이가 체력으로 상쇄됩니다.

반대로 인원을 똑같이 맞추고 실력을 억지로 섞으면, 어느 팀에도 중심이 없어서 경기가 어수선해집니다.

정리하면

  • 실력 점수를 맞추는 것은 팀 나누기의 일부일 뿐입니다. 평가는 자주 빗나갑니다.
  • 실력 다음에는 친한 사이, 포지션, 체력을 그 순서로 봅니다.
  • 골키퍼는 안전을 가장 앞에 두고 따로 정합니다.
  • 경기 중에 밸런스가 무너지면 빠르게 한 명을 맞바꿉니다. 점수보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먼저 신호를 줍니다.
  • 인원이 애매하면 강한 팀을 한 명 적게 둡니다.

처음 나누는 일과 경기 중에 고치는 일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뒤쪽입니다. 완벽하게 나누는 방법은 없고, 무너졌을 때 빠르게 손대는 감독이 있는 팀의 경기가 더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