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축구팀 회비, 얼마가 적당할까
팀을 운영하면서 가장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가 돈입니다. 축구는 같이 즐기자고 모인 일인데 회비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팀이 회비를 대충 정해 놓고, 모자라면 감독이 메우고, 남으면 흐지부지 넘어갑니다.
그런데 돈 이야기를 미루는 팀일수록 나중에 더 크게 부딪힙니다. 숫자를 먼저 열어 두면 오히려 말을 꺼내기가 쉬워집니다. 그래서 우리 팀의 한 달 운영비를 그대로 공개합니다.
한 달에 44만 원, 절반 이상이 구장비
우리 팀의 월평균 운영비는 약 44만 원입니다. 항목별로 보면 이렇습니다.
- 구장비: 매달 약 40만 원을 선불로 냅니다. 다만 상대 팀이 경기당 5만 원씩 분담금을 보내 주기 때문에 실제 부담은 월 26만 원 정도입니다.
- 음료: 물과 얼음, 간식을 합쳐 월 3만 원 안팎입니다. 여름에는 얼음값 때문에 5만 원에서 6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 공과 조끼: 매달 사는 물건이 아닙니다. 2월과 6월에 몰아서 약 50만 원을 썼고, 이것을 열두 달로 나누면 월 5만 원에서 6만 원꼴입니다.
- 유니폼: 총액은 245만 원이지만 대부분 선수들에게 걷었습니다. 팀이 부담한 금액은 22만 5천 원이라 월로 치면 2만 원에서 3만 원 수준입니다.
- 야유회: 약 40만 원이 들었고 월 4만 원꼴입니다. 회식비는 장부에 따로 잡지 않습니다.
- 기타 장비: 장갑, 전술판, 응급키트, 현수막 같은 것들에 월 3만 원 정도가 나갑니다.
이 숫자에서 눈여겨볼 점이 하나 있습니다. 매달 꾸준히 나가는 돈은 구장비와 음료를 합친 25만 원에서 35만 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몇 달에 한 번 생기는 일회성 지출이라는 것입니다. 공과 유니폼, 야유회가 그렇습니다.
회비를 정할 때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매달 나가는 돈만 보고 회비를 맞추면 공을 사야 할 달에 돈이 비고, 전체 평균에 맞추면 평소에는 돈이 남습니다. 우리는 월평균 회비 수입 약 50만 원으로 두 가지를 모두 감당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평소에 남는 돈이 일회성 지출을 메우는 구조입니다.
회비를 내렸더니 반응이 좋았다
우리 팀 회비는 월 1만 5천 원 정액입니다. 경기마다 걷지 않고 달마다 걷습니다.
원래는 2만 원이었는데 1만 5천 원으로 내렸습니다. 운영비를 정리해 보니 2만 원을 받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반응은 당연히 좋았습니다.
회비 이야기에서 흔히 「얼마를 받아야 하나」를 먼저 고민하는데, 순서가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얼마가 나가는지를 먼저 세고, 거기에 맞춰 회비를 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 올릴 때도 내릴 때도 설명할 말이 생깁니다. 우리가 회비를 내릴 수 있었던 것도 장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기마다 걷는 방식과 월정액 가운데 고르라면 월정액을 권합니다. 경기마다 걷으면 매주 돈 이야기를 해야 하고, 안 나온 사람과 나온 사람 사이에서 계산이 복잡해집니다. 월정액은 그 대화를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여 줍니다.
미납 규칙은 미리 정해 둔다
회비를 안 내는 사람은 어느 팀에나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이 생기기 전에 규칙을 정해 두는 것입니다. 사람이 생긴 뒤에 규칙을 만들면 그 사람을 겨냥한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규칙은 간단합니다.
- 무단 미납 1회에 벌금 1만 원
- 2회에 회원 자격 박탈
적어 놓고 보면 세게 느껴지는데, 실제로는 이 규칙 덕분에 갈등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미리 공지된 규칙은 감독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팀의 약속이 되기 때문입니다. 규칙이 없으면 감독이 매번 독촉해야 하고, 그 독촉이 감정싸움으로 번집니다.
회계는 매달 공개한다
우리는 매달 정리한 엑셀을 단톡방에 올립니다. 특별한 도구를 쓰지 않습니다.
공개하는 이유는 투명성 때문만이 아닙니다. 돈이 어디에 나가는지 모두가 알면 회비 이야기 자체가 쉬워집니다. 구장비가 40만 원이라는 것을 선수들이 알고 있으면, 회비가 왜 필요한지 설명할 일이 없습니다. 상대 팀 분담금으로 부담이 26만 원으로 줄었다는 것도 같이 보입니다.
우리 팀에서 돈 문제로 갈등이 생긴 적은 없습니다. 금액이 적어서가 아니라 숫자가 열려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목돈은 개인 결제로 돌린다
유니폼처럼 한 번에 큰돈이 나가는 품목은 팀 통장에서 한꺼번에 빼지 않습니다. 선수 개인이 직접 결제하고, 팀은 제휴 업체를 찾아 단가를 낮추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가 해결됩니다. 팀 통장이 한 번에 비지 않고, 사이즈나 등번호 같은 개인별 선택을 본인이 책임집니다. 팀이 일괄 결제하면 안 맞는 유니폼을 두고 환불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 중간에 끼는 사람이 감독입니다.
정리하면
- 회비를 먼저 정하지 말고 나가는 돈을 먼저 세십시오. 그래야 올리고 내릴 근거가 생깁니다.
- 매달 나가는 돈과 몇 달에 한 번 나가는 돈을 구분해서 보십시오. 공과 유니폼은 후자입니다.
- 미납 규칙은 사람이 생기기 전에 정해 두십시오. 나중에 만들면 겨냥한 것처럼 보입니다.
- 회계는 공개하는 편이 편합니다. 숫자가 열려 있으면 돈 이야기가 어려워지지 않습니다.
- 목돈은 개인 결제로 돌리고, 팀은 단가를 낮추는 쪽에 힘을 쓰십시오.
숫자를 공개한 김에 덧붙이면, 우리 팀 규모에서 월 1만 5천 원은 넉넉한 편입니다. 각자 구장 사정과 인원이 다르니 금액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항목을 세는 방식은 어느 팀이든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